민우트러블- 민우회와 함께 만드는 신나는 트러블

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BLOG main image
분류 전체보기 (353)
민우회를 소개합니다! (2)
핫뜨거운 민우회 (60)
대표적으로 (20)
일상다반사 (83)
민우칼럼 (28)
성폭력없는 세상 만들기 (27)
2012 민우회와 함께 (22)
2011 민우회와 함께 (102)
민우회가 한 사업 (8)





Tistory Cumulus Flash tag cloud by BLUEnLIVE requires Flash Player 9 or better.

믹시
115,194 Visitors up to today!
Today 38 hit, Yesterday 165 hit
tistory 티스토리 가입하기!
2010/08/16 15:52

육씨 가문의 장남, 육아남씨는 아이를 키우기 위해 육아휴직 중이다.

오후가 되어 아이와 함께 외출할 준비를 한다. 6개월 전 전 딸을 낳은 여자 후배가 애를 데리고 종로로 나오겠단다. 안 그래도 답답해 죽을 지경이었는데 잘됐다.

이게 얼마만의 외출이냐! 자, 짐을 싸보자. 가만 있자, 챙겨야 할 것들이... 기저귀랑 젖병, 거즈, 수건, 물티슈, 여분 옷도 넣어야 하고 내 지갑이랑, 아, 분유도 넣어야지... 이런 가방이 너무 작다. 큰 가방으로 바꿔서 다시 싼다. 앗, 이러다 약속시간에 늦겠다.

전에 마누라가 애 데리고 외출할 때 굼뜨다고 신경질 낸 적이 있었는데, 아이 데리고 외출하는 게 만만한 일이 아니었구나. 내가 해 보지도 않고 말을 막 했네.

어깨끈을 둘러 애를 안고 큰 기저귀 가방을 들고 지하철을 타러 가는데, 사람들이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왜들 그렇게 쳐다보는지, 괜히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것 같다. 어떤 아저씨는 걷다가 멈춰 서서 뒤돌아서까지 쳐다본다. 어떤 할머니는 신기한 듯이 웃는다. 한국은 아직도 남자가 애 키우는 걸 이상하게 생각하는 나라다. 아, 소리치고 싶다. “여러분! 저 백수 아니거든요! 당당한 육아휴직자 라구요!!!”

커피숍에서 후배를 만났다. 임신했을 때 “아이만 낳으면 영화보러 가야지” 했던 후배는 “5년 뒤에 보러가게 생겼다”면서 “이렇게 힘든지 왜 말 안 해줬냐” 고 대뜸 따진다.

17개월짜리 육아 선배로서 이런 저런 충고를 해 줬다. 수다 떨고 나니 속은 좀 시원하다. 내가 여자랑 이렇게 맞장구치면서 신나게 수다를 떨어본 적은 태어나서 처음인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애 키우면서 힘든 것도 기쁜 것도 남자나 여자나 별로 다를 바가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애는 엄마가 키우는 게 당연한 걸로 여기는 분위기라서 그렇지 처음 해 보는 거는 뭐 남자나 여자나 마찬가지 아닌가.

돌아오는 길에 잠깐 마트에 들렀다. 마눌님이 며칠 전부터 김치전이 먹고 싶다고 했는데 오늘 해 먹을 요량으로 장을 봤다.

배가 고픈지 애가 울어댄다. 좀 앉아서 분유를 먹이고 싶은 마음에 수유실을 찾았는데, 허걱!


남자분은 출입 금지라니, 애 데리고 마트오는 아빠들은 어쩌라규!!!

집에 와서 마트에 전화를 해서 관계자를 찾았다.
관계자가 하는 이야기가 절도 위험 때문에 남자들 출입을 못 하게 하는 거란다.
아니 이거 남자들을 죄다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도 아니고
아이 데리고 다니는 아빠들은 어디 조용한 곳에서 편하게 아이 분유 먹이지도 못하나!

지하철이나 백화점에도 여자화장실 안에 수유실이 있는 경우가 있는데
난 수유실이 분리되어야 한다고 본다.
엄마들이 모유 수유를 하기 때문에 그렇다고는 하지만
모유 수유하는 공간은 한 쪽에 따로 만들면 되지 않을까.


TV를 틀었더니 뿡뿡이를 한다.
TV 많이 보여주는 게 안 좋은 건지는 알지만, 그래도 내가 피곤할 때는 TV로 애를 달랠 수밖에 없다.  근데 부모와 협동해서 과일 벗기는 놀이를 하는데 노래 가사가 어째...
"엄마랑 나랑 힘을 합해요~ 엄마 손 내 손 서로 도와요~"


아이를 데리고 있는 사람 중에는 분명 아빠도 있는데, 왜 엄마하고만 힘을 합치지? 뿡뿡이 너마저...
그러고 보니 제목은 왜 "뿡뿡이와 뿡순이"가 아닐까? 뿡순이는 그저 보조자일 뿐일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시계를 보니, 마눌님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간다. 이 시간만 되면 나도 모르게 베란다로 나가 마눌님이 언제 오나 창밖만 하염없이 쳐다본다. 애 키우는 엄마들이 걸린다는 ‘육아 우울증’, 혹시 나도 우울증이 아닐까. 괜히 평생 이러고 살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생각이 가끔씩 들면서 우울해질 때가 있다. 쟤가 빨리 커서 나랑 말이 통했으면...하루에도 몇 번씩 빨리 좀 커줬으면 하고 바란다.

드디어 마눌님이 왔다. 조잘조잘, 블라블라 오늘 있었던 일을 시시콜콜 보고한다. 마눌님이 와서 애를 봐주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마눌님이 아기 목욕을 시키고 같이 저녁을 먹고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 준다.
동화책 읽어줄 때 초롱초롱한 눈이 어찌나 예쁜지, 뭘 알고 웃는 건지 아이가 배시시 웃을 때
눈을 꿈벅이며 조는 얼굴을 보면 하루의 피로가 싹 풀리는 것만 같다.
그런데 오늘따라 동화책 내용이...



왜 동화책에 아이를 돌보는 사람은 다 엄마일까? 이럴 때면 정말 소외감이 느껴진다.

맥주 한 캔을 딴다. 아이 재워놓고, 하루 중 나한테 허락된 유일한 시간, 이 기쁨 애 안 키워본 남자는 모를껄? 흐흐~ 가만가만... 이러다 이따 밤에 애 울 때 못 일어나면 어쩌지? 딱 한 캔만 마셔야겠다.

갑자기 애가 운다. 언제 잠들었지?
시간을 보니 지금은 새벽3시. 마눌님은 피곤한지 못 일어난다. 
오줌을 싼 걸까? 가만, 열이 나나 보자. 
아, 오늘도 나 육아남의 하루는 이렇게 일찍 시작되는구나!!!  

저작자 표시
Creative Commons License
Trackback Address :: http://womenlink1987.tistory.com/trackback/96 관련글 쓰기
Name
Password
Homepage
Secr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