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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여성들의 경험 속에는 당시 상대 남성과의 관계도 깔려 있다는 점을 보게 되었고. 누구나 동의할 만한 공동의 책임, 관계 문제도 있고. 남자들끼리 한 번 얘기를 하고, 어떻게 같이 잘 풀어나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들을 해 보자는 취지로 오늘 자리를 만들게 됐다.”
“이런 기회에 남성들이 뭔가 실천하거나 선언을 한다거나 얘기할 수 있는 건 없는 걸까 생각해 봤다. 여성들 인터뷰 보면 3-40대 기혼 여성들이 남편들이 피임에 협조는 하고 애는 쓴다고 하는데, 근데 무서워서 정관수술은 못 하겠다고 하니 이런 걸 또 어떡해야 할까.”
‘남자들끼리’ 얘기하는 것도...
‘이런 얘기’ 하는 것도...
“읽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 이 자리에서 아직 서로 다 얘긴 안 해봤지만, 직접 경험이 있는 분이 있을까 싶을 생각이 들 정도로 얘기하기 힘들잖아. 내가 아는 친구 중에 한 명 (경험)있는 친구가 있는데, (좀 물어보고 싶어서) 여기 오기 전까지도 갈등했는데 전화를 못해봤다. 얘기를 못 꺼내겠더라. 경험있는 남성 자체가 나오는 게 부담스러울 것 같다. 일단 나오면 성토 받을 것 같으니까. 정말 올바르게 대처하는 상황이 뭘까. 잘 모르겠다. 임신을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그런 상황이 됐을 때 대체 어떻게 해야지 옳은 건가. 내가 책임질 테니까 어떻게든 낳자고 해야 하는지. 대답을 하는 방식이, 뉘앙스도. 한마디 한마디에 상처받기 쉽잖아. 그 상황에서 정답이 뭔가를 잘 모르겠다. 감정에 대한 솔직함도 중요하겠지만 어떻게 행동하면 옳은 건가에 대해서, 그런 얘기할 장소가 없었고. 뭘 해도 꺼림칙할 것 같고. 지나고 나면 후회로 남을 것 같고. 그 때 난 이렇게 했다고 당당히 말하긴 힘든 주제인 것 같고. 진짜 어떻게 해야 할 지 참...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맞이 하니까 당황스러울 것 같다.”
“친구들 사이에서 이런 얘기를 속깊게 나누지 않았구나 싶었다. 그런 것들을 서로 얘기를 나누지 못하는 구나..”
“나는.. 참 오기가 싫더라. (왜 그럴까) 오면서 생각을 해 봤는데 일단 주제 자체가 너무 무겁고. 돌이켜 생각을 해 보니까 이 테마에 대해서 살면서 저는 남자들하고 한 번도 얘기 해 본 적이 없다. 내가 이런 상황에 놓였을 때, 물론 1차적으로는 당사자끼리 얘기하지만, 고민을 털어놓을 대상을 찾게 되는데. 그때도 그 대상이 남성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가까운 여자인 친구라던가. 익히 내가 알고 있는 그런 경험을 가진 여성인 친구라던가. 남자들하고 이 얘기를 해보겠다고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무슨 얘길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발걸음이 좀 무거웠었다. 고해성사를 해야 되는 상황이 오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개인적으로는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는 잠재된 공포이기도 하고.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는 참 끄집어 내기 힘든 기억이고. 이 인터뷰 상황들이 나한테는 너무 확 오는 거더라. 같이 산부인과를 갔던 경험. 거기서 느꼈던.. 당사자의 모멸감이라던가, 나의 난감함이라던가. 아니면 그 상황이 벌어졌을 때 파트너의 태도에 대해서 분노한다거나 납득이 안 간다거나 이런 얘기가 나오잖아요. 가체험이 되더라. 예를 들어 저 같은 경우는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정말 모르겠더라고요. 너무 어리고 무지해서 몰랐던 적이 있고. 그런 상황들을 좀 냉철하게 얘기할 수 있는 여건이 됐을 때는 그 때도 이 사람하고 어떻게 의사소통을 하고.. 둘이 인제 결론은 똑같이 내렸는데. 이 사람한테 어떤 태도를 보여야 될까.. 어떤 얘길 해줘야 될까.. 이 사람의 반응에 대해선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이런 거에 대해선 답이 안 나오더라. 트러블이 생기기도 하고. 아까 공감했던 게 뭐냐면. (수술 경험이) 몇 살 때 였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는 얘기가 있었거든요. 사실 저도 그렇다. 포장해 보고 지워보려고 노력했었고. 이걸 넘고 가야 뭘.. 다른 사람과 연애를 하든 결혼을 하든, 그런 관계 속에서 극복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고.. 편하지 않다. 묻어 두고 잊어버리고 있었던 걸 계속 끄집어 내고 그걸 바탕으로 얘길 해야 하기 때문에. 이 자리에 오면 그런 얘기들을 하게 되겠지란 생각 때문에 발걸음이 무거웠던 것 같다.”
“남자들끼리 모이자고 얘기했을 때. 남자들이 이렇게 많은 적은 처음이다. 이거에 대해 얘기해 본 적이 별로 없다. 남자들끼리 얘길 하면 주로 뭐 성경험을 해봤는가 안 해봤는가. 요즘 만나는 애랑 어디까지 가 봤냐. 자봤냐. 군대있을 때 친한 후임 있었다. 걔가 저한테 물어본 게 있었다. 자기 고향에 사귀는 듯 마는 듯한 그런 여자가 있는데 걔가 임신한 것 같아서 좀 당황스럽단 얘길 저한테 꺼냈다. 그래서 내가 넌 피임 어떻게 하냐고 물어봤더니 특별히 안 한단다. 질외사정을 하거나. 그래서 내가 성교육을 했지만 그다지 받아들이진 않더라. 여튼 휴가를 앞당기든지 해서 니가 가서 뭘 해야되지 않겠냐고 했더니 되게 쿨하게.. 자기가 다시 연락해 보니 이미 알아서 다 했더라고 얘기하길래 내가 뭐 어떻게 할 게 없구나 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남자들끼리는 참 얘기해 본적이 없는 것 같다.”
“원래 (남자들끼리) 잘 얘기를 안 해. 자기 얘기 안 해. 정치 사회 얘기하고.”
“마침 (연애관계가) 이슈가 되거나, 헤어졌거나 그럴 때나 상담식으로 얘기하지, 진지하게 그렇게 얘길 잘 안 하니까.”
“남자들은 답을 구하는 대화를 안 하지 않나. (경험있는) 친구가 그때 꺼냈던 얘기도 사실 상황(수술)이 끝난 다음에. 얘기 주제는 그거였다. 그런 일이 있고 나서 여자친구랑 지내기 너무 어렵다는 얘기였다. 어떻게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고, 뭘 해도 화난 것 같이 보이니. 어떻게 해야 되냐 이런 얘기.”
파트너와 대화하기. 그 자체의 어려움...
“나 같은 경우는 (파트너가) 임신중절 했던 경험은 없어. 예전에 만났던 친구는.. 관계를 갖고 나서 임신하면 어떡할거냐란 얘길 나한테 물어봤어. 나는 그 때 안하게 해야지라고 답했어. 나는 수술을 하는게 나쁘다는게 아니라, 수술을 하게되는 상황이 오는게 참 좋지 않다.. 서로 마음이 아플 거고, 되게 힘들것 같다는 생각. 그런 마음을 갖고 있어서. 그런 상황을 만들지 말아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그때 여자친구 얘기는 지울거라고 얘기하는거야. 당연하게. 난 그 상황에서 아무 말도 못했어.”
“어느 날 친구가 생리가 없다고 얘길 하는 거다. 그런데 말하고 나서 더이상 얘기를 하려고 시도를 안 하는 거지 그 친구도. 나도 겁이 났고. 나도 시도하지 못했고 그 친구도 더이상 뭔가 얘기하려고 시도를 안 하는 거다. 며칠 뒤에 생리했어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원래의 관계로 돌아갈 수 있었구.”
“사귀는 과정에서 또 다른 사람 같은 경우 생리가 늦어지는.. 중간에도 한 번 그런 적 있었는데, 생리 늦어서 테스터를 해 봤는데 아닌 거야. 며칠 뒤에 생리를 시작했어. 그 다음에 몇 달 뒤에 또 비슷한 일 있어서 또 테스터 해봤는데 테스터에서 약간 양성인 것 같은 긴가민가한 반응이 나온 거다. 그래서 병원을 가자고 했구. 그나마 그 때 관계는 얘기를 많이 하는 관계였다. 그런데 (병원에) 갔다 와서는 그 얘길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답답한 것은, 나는 남성이기 때문에 그거에 대해 뭔가 더 얘기하고 싶고 공유하고 싶고 더 아파하고 싶었는데.. 지난 경험에서 그 사람들은 나한테 감정표현이 전혀 없었다. 나는 되게 마음이 많이 아팠는데 그걸 표현할 수가 없었다. 내가 중절을 하는게 아니기 때문에 내 몸이 아픈게 아니기 때문에 내 마음이 아픈 것조차 표현할 수 없는 상황... 중절을 해야 할 상황이 분명하면, 내가 마음이 아프다는 걸 표현하는 그 자체가 더 아닐 것 같다는 생각도 갖게 되고. 뭔가 더 얘기 하는 것이 관계를 망가뜨리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고.”
“예전 경험 같은 경우에는. 전혀 얘기할 수 없던 상황이었다. 내가 얘기하고 싶은 마음이 있더라도. 내 감정을 얘기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부담스러운. 여기 (인터뷰 사례에) 나온 남성들의 경우 우리가 편하게 욕할 수 있기도 하지만. 서로 같이 얘기할 수 없는, 그렇게 되어있는 게 되게 답답한 거지.”
남성인 나는 무엇을, 어떻게, 얘기할 수 있을까?
“내가 예전부터 애매하다고 생각하는 게 내가 수술하는 게 아니잖아. 내가 아니야. 내가 피임을 실수했거나 둘 다 실수하지 않았지만, 둘 다 피임을 했지만 그래도 임신을 할 수도 있고. 그렇지만 결국 중절수술을 하는 건 당사자기 때문에. 예를 들어 상대방은 아이를 키우고 싶지 않아. 근데 나는 우리 결혼하지 않더라도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마음을 갖더라도 내가 요구할 수 없는 거지. 낳았으면 좋겠다고.. 남성의 문제가 되기 굉장히 힘든 지점이 있는 것 같다.”
“당사자가 아니기도 하니까 어느 정도까지 개입하는게 고민되는 지점이 있는 것 같다. 파트너가, 걱정을 하는 거죠. 제가 봤을 때는 좀 빨리 걱정을 하는 거다. 기간이 아직 괜찮은 기간인데 벌써부터 생리일을 걱정하는거다. 생리가 남았는데 안 나오면 어떡하지 걱정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저는 같이 걱정이 되는데 어떡할 수가 없는 거죠. 아직 아니잖아 굳이 걱정하고 그러냐라고 얘기하면 제가 나쁜 놈 같고. 그렇다고 같이 걱정하기에는 그만큼 이입이 안 되는 거죠. 왜냐하면 당사자가 아니기도 하고. 걱정하는 그 분의 입장은 이해가 가지만 걱정하는 그분만큼 힘들다..”
“정말 걱정이 되기는 해.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근데 그걸 표현할 수가 없어”
“우리가 관계를 맺기 전에 해야 할 일이 많은데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너무 많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그러한 생각 없이. 내가 어디까지 해야 되는 건지.”
“근데 그 이후 합의하는 과정이나 어떤 식으로 결정을 할 지는 이후의 문제고. 어쨌든 표현을 해야 된다. 자기의 의사를 표현하는게 맞지 않냐는 거다. 어쨌든 그 이후의 결정은, 나는 낳고 싶은데 상대는 낳고 싶지 않다고 얘기할 때. 거기서부터 얘기를 시작해야 하는 거 아닌가.”
“내가 헤어지는 것까지 전제를 두고 이 사람 감정이 어떤지 모르는 상태에서 어디까지 할 수 있냐는 거지. 일대일 동등한 입장으로 얘기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내 개인적 경험으로는.”
“임신이나 낙태같이 민감한 사안에서는 하루하루 생각이 다르잖아요. 그때그때 생각이 바뀌기도 하고. 일단은 임신 사실에 대해서는 여성이 먼저 알지 않나. 여자들 같은 경우는 자신이 선택해서 그 임신 사실을 얘기했을 때 남자한테 나오는 첫 마디가 뇌리에 박힐 것 같다. 그 뒤 어떻게 풀어내든 간에. 첫 마디에 어떻게 반응할 지가 매우 중요할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그냥 내가 원하는 바를 얘기하는 게 시작일 수도 있겠지만 파급 효과가 두렵기도 하고.”
“제 얘길 하자면, 산부인과 두 번 간적이 있었는데. 테스트도 아니었는데 되게 불안해 하면서. 한번은 한 달 반 넘게 생리를 안 해서 같이 갔다. 그 때 가면서 그 친구랑 얘기를 했다. 만약 임신이면 어떻게 할까. 글쎄 난 어떻게 대답을 해야 될까.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가면서. 그 친구에게 같이 결정하자 그 정도 얘기만 했다. 근데 뭘 같이 결정할 지. 만약 임신이면 진짜 어떻게 해야 할 지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 같이 결정하자 그 얘기만 했다. 근데 만약 실제 임신이었으면 어떻게 했을까.. 어려웠을 것 같고.”
“한 번은 그 친구가 하혈을 했다는 말을 했다. 나는 그게 처음 그 단어의 뜻을 몰랐다. 그게 무슨 말일까. 잘 모르겠어서 대답을 못했다. 그래서 나는 단순히 자궁이 좀 안 좋았나 생리가 불규칙한건가 그런 느낌이었는데. 그 말을 들었을 때. 내가 적절히 대처를 못한 거죠. 당황해 하고 망설이고 있으니까 그 친구가 왜 그러고 있냐고 무슨 말이라도 해야 되지 않냐고 왜 머뭇거리냐고 얘길해서 내가 더 당황했다. 그래서 곤란한 적이 있었다. 거기에 대해서 제가 뭔가 얘기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 황당해 했다..어떻게든 얘기를 듣기 원하는 구나.”
“정답이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대화매뉴얼이 있어가지고 여친이 이렇게 얘기했을 땐 이렇게 얘기하세요. 이런 게 있는 게 아니니까..”
“매뉴얼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한 적 있다.”
불안하긴 불안하다.
“막연한 공포가 있으니까. 계속 공포인데, 생리 때 한번씩 공포가 한 마디가 지어지는 거다. 이제까진 괜찮았구나.. 또 막 긴장하다가 또 생리 하면 살짝 풀어지고. 그런 반복된 스트레스가 있잖아요. 실제로 그런 임신 상황이 되기 전에는 구체적으로 얘기가 잘 안 되는 것 같다. 몇 번 얘기해 보려고 시도는 했는데 구체적으로 상상이 잘 안 되기도 하고. 몇 마디 하다 보면. 임신하면 어떡할래? 낳아야 될까.. 몇 마디 하다가 끝나고 피상적으로. 얘기 잘 안 되고. 그냥 상상하는 수준에서 더 나아가기도 좀 그렇고. 그런 상황이 반복되니까 평소에 그런 얘길 하면 좋은데 노력해도 잘 안 되더라. 만약 임신했을 때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미리 예전에 그런 상황 전에 얘기할 만큼 구체적으로 얘기하기 참 힘들고. 저도 산부인과 가 본 경험은 없어서 잘 공감이 안 되지만 항상 두려움은 있잖아요. 생리할 때마다 두려움이 쉬어가는 그런 느낌.”
“여성은 여성으로서 느끼는 불안감이 있고. 남자도 불안스러운 부분이 크게 있다는 데 공감이 가고.”
“나는 (내가 낙태할까봐) 불안해진 거는 여성주의 알고부터 그랬던 것 같아. 내가 그냥 보통의 남자라고 지금까지 살아왔다면 내가 그런 걸 불안해할까 라는 생각이 들긴 하거든. 그러니까 그냥 지우면 되지 라고 생각 하고. 뭐 나 할 꺼 다했는데 내가 뭘. 지가 알아서 해야지 생각할 수도 있고. 어느 정도 내가 알아야 할 것을 알고 올바른 것을 알고 나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여성주의)그게 옛날에는 제약처럼 느껴져서 불편했는데 지금은 그 불안함이라는 것 자체가 맞는 것 같아. 완벽한 피임법이 없으니 당연히 내 파트너가 생리가 있기 전까지 임신이 있을 수 있다는 게 불안한 마음이 당연한 것 같고. 지금은.”
“불안한 이유가 좀 다를 것 같아. 남자랑 여자랑. 저 같은 경우에는 책임감 때문에 불안했던 것 같아요. 내가 책임져야 할 상황이 오니까. 그 이후에 애를 낳든 결혼을 하든 낙태를 하든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거. 이전까지 걱정할 필요가 없었던 일이 생기는 거 자체요. 결혼하면 에피소드처럼 얘기하기도 하고 미화되기도 하고 지나가기도 하는데 결혼을 만약 못한다거나 책임지지 못하면 이별하면 끝나는 공식이 있으니까. 저는 그랬던 것 같아요. 임신을 하면 얘랑 계속 만나야 하나? 이 사람이랑 계속 가야 하나? 이 걱정이 첫 번째고 내가 만약 도망치지 않을까. 그런 책임감 때문에 불안했던 것 같아요. 여자들은 어떤 부분이 불안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좋고 행복한데 언제든 헤어질 수 있잖아요. 임신을 하게 되면 책임져야 하니까 구속 받는 거에 대한 두려움? 어쨌든 지금 상황과는 임신을 하게 되면 낙태를 하든 결혼을 하면 바뀔 테니까 그거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요. 관계 자체가 바뀔 꺼라는거. 제 친구도 상담해보니까 그(낙태) 이후에 관계가 급속도로 바뀌더라구요.”
“맨 처음에 A가 이런 상황(낙태)이 되면 어떻게 할껀지 얘기해보자고 말문을 열었는데 그런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 지금까지 얘기한 이런 불안감 때문인 것 같아요. 제가 처음 낙태를 인지한 게 21살이었나. 저는 성경험도 없었는데 친구인 여자애가 자기 임신했다고 저를 붙잡고 울었죠. 그 때 그 친구 얘기를 들으면서 두 가지 감정이었는데 하나는 정말 완전 딱 질려있는 모습을 보면서 결혼하고 애 낳을 생각이 아닌데 임신을 시키는 것은 못 할 일이구나. 이런 생각이 뇌리에 엄청 박혔다. 그래서 나는 미리 피임에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한 거. 또 정작 그 친구는 원래 사귀던 남자친구와 멀어지던 시기였는데 상대방과 얘기하기 전에 상대방과 얘기하지 못하고 나하고 얘기를 하는구나. 그런 감정들? 그 경험 때문에 임신을 하게 하는 건 절대 안 된다. 내가 책임져야 하는 거다. 만약에 지금 애인이 임신을 하게 된다면 딱 진짜 내가 죄인이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
확실한 피임법을 찾아서.
“나도 정관수술을 해야겠다고 항상 생각은 하고 있는데 실행은 못하고 있었다. 평소에 콘돔을 이용하긴 하지만, 정말 정관수술을 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근데 비용이 살짝 부담스럽다. 3-40만원 한다. 2004년까지 4만원인가 그랬다. 보험적용을 받았기 때문에. 그 때쯤에 아마 출산율이 낮아진다는 이유 때문인지 보험혜택이 없어져 버렸다.”
“몇 달 전에 정관수술 하러 갔어. 그런데 의사가 안 해줬어. 결혼도 안했는데 왜 하려고 하냐. 정관을 복원하는 데는 수술비 열 배가 들어가고 복원해도 임신가능성이 높지 않아서 시험관 아이 하거나 수십 배 돈이 든다. 그런 얘기를 하면서 자기 신념에 의해 자기 못해준다 그런 얘기를 듣고 기분이 더러워져서 돌아온 경험이 있어요. 두 가지 피임법을 동시에 써야겠다, 동시에 쓰는 게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여성들 스스로 할 수 있는 피임이란 게 피임약을 꾸준히 먹든가 패치를 하던가 페서리 넣는건데 그것을 쓰는게 얘기하기 어렵기도 하고 좀 아니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거야. 그래서 정관수술을 받고 콘돔을 쓰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갔는데 그 의사 앞에서 초라한 존재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들면서 돌아오면서.. 이미 쌍둥이가 있다고 뻥을 쳐야 하나 싶었다. 근데 막상 모르겠다. 뻥까지 치면서 받아야 하나?”
“그 의사를 만나서 정말 불쾌했던 것은 왜 정관수술 하려는 거냐 이러면서 제일 확실하게 피임하고 싶으면 금욕을 하라고. 그게 뭔가 그 말이 너무 굴욕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내가 뻥을 쳐가면서 수술 받아야 하나 이런 생각도 들었죠.”
“대부분 정관수술은 40대나 결혼한 사람이 받으니까. 저 작년에 받았다. 피임법이고 나는 데이터만 찾아서 별 수술이 아닌걸 알아서 갔는데. 가서 이 의사는 내가 당연히 결혼한 사람이라고 생각을 해버린거다. 간단한 수술이니까 누워서 있는데 애가 몇이세요 물었다. 애도 없고 결혼도 안했다고 하니까 정말 뜨악해하면서 난감해하면서 못해줄 근거는 없는데. 이 의사는 자기로서는 너무나 특이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경우인거야. 부모 동의는 받았냐? 그러고 만날 사람 있냐? 결혼할 사람이냐고 물어 보는거야. 그 사람은 난감해하고 나는 불쾌하고. 어쨌든 결국 했어요. 그리고 각서 비슷하게 썼다. 이 의사는 그런 경우가 없어서 이후 이의제기를 안한다는 각서를 쓴거다. 복원수술을 하면 나중에 임신 원해서 해도 경우에 따라서 임신이 아예 못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각서를 쓰고. 근데 꼭 피임목적이기도 한데 굉장히 좋은 것 같다. 약을 귀찮게 서로 신경 쓰고 파트너가 약을 먹어야 하니까. 그렇지도 않고 굉장히 완벽하게 임신의 공포에서 해방되었구나 생각이 들더라.”
“혼자 결정한 건가?”
“애인한테 (정관수술 한다는)얘기를 했어요. 정관수술에 대한 인식은 사람마다 달라서 파트너는 얼마든지 복원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수술 하라고 쉽게 반응을 보였어요. 근데 나중에 굉장히 뭐라고 하더라구요. 내가 정관수술은 이런 거고 복원하더라도 40~50%정도 가임율이 떨어진다라고 하니까 그 친구는 그런 사실을 몰랐던 거다. 근데 재밌는게 결혼할 계획도 없었고 아이를 갖자고 한 적도 없었는데 가임율이 떨어진다는 거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는거다. 연애를 하는 과정에서는 암암리에 그런 예상을 하기도 하니까 굉장히 비난하더라.”
“그분은 섭섭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공감, 소통,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낙태라는 용어를 종교집단에서 도덕적으로 굉장히 어두운 이미지를 씌워놓는 것이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쉬운 단어는 낙태이긴 한데 그거를 말하기가 쉽지가 않은 것 같아요. 그런 것도 있는게 청소년기를 거쳐 오면서 거의 한국에 제대로 된 성교육이 없기 때문에 저도 제가 성교육을 제대로 받아 본 적도 없지만 순결이나 낙태에 대한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거든요. 근데 의외로 여성들 같은 경우는 순결교육을 받으면서 낙태 하면 안 된다는 얘기를 들은 경우도 많은 것 같구.”
“저는 (낙태)는 여성주의랑 무관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여성주의를 어떻게 접했는지와 거기에 어떤 수혜를 받았는지와 거기에 대해 어떤 예측을 하는지와 무관하게, 경험을 가진 사람은 가진 사람대로. 그걸 넘어서는 영역이기 때문에 어떤 언어로 풀어야 하는지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감정적인 측면에서 여성들이 요구하는 부분이 있는데 남성들이 못 채우는 부분이 있다고 나오기 때문에 정답은 없지만 마음가짐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은 하거든요.”
“낙태까지 안가더라도 그 과정에서 제가 했던 말이나 그런 게 엄청 상처로 남는 것 같아요. 감정적인 측면에서의 훈련? 이런 게 필요한 것 같아요.”
“사람마다 감정이 달라서 어떤 순간에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상황이 다른데. 근데 그런 것 다 떠나서 그 사람을 아껴줘야지, 아플 꺼라는 마음이 기본적으로 남자들한테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제가 치루수술을 받은 적이 있거든요. 난생 수술 처음 받아봤는데 하의를 다 벗고 상의도 다 벗고 환자복을 거꾸로 입히더라구요. 그리고 이불 같은거 하나 덮고 바퀴달린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누워서 수술 받기를 기다리는데 죽도록 무서웠어요. 아무 것도 아닌 치루수술이라고 하지만. 그래서 전신마취하실래요? 그러기에 절대 안한다고. 국소마취하고 그랬는데 아 이게 그래 낙태 시술 할 때의 공포가 이런 공포랑 다르지 않겠다. 사실 더 하겠죠. 나는 이 수술하면 몸이 좋아지는데 낙태는 몸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나빠지는 거고 자의가 아닐 수도 있고. 그래서 정말 무섭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남성이라 낙태시술 이런거 생각하면 책임의 문제, 관계의 문제 먼저 생각이 드는데 훨씬 더 치루 수술을 받아보니 이건 정말 육체적 공포에 가까운 것 같고. 그런 공포를 몰라줘도 섭섭한 게 아닐까.”
“그게 드러나지를 않는 것 같아요. 자기 언어로 처음 표현하는 거라 지금 말을 잘 못 고르고 무슨 얘기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처음 얘기랑 계속 똑같은데 어떤 단어를 선택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요. 자연스럽게 얘기를 하는데 조합해서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얘기가 전혀 아니겠지만 이런 얘기를 예를 들어 여자들로 모였으면 우리가 능히 예측 가능한 말들을 했을 거고 굉장히 활발했을 것 같아요. 그 안에서 감정의 해소가 일어나든 서로 공유하는 지점도 생기고. 근데 우리는 비슷한 공포와 기억을 가지고 있지만 공유되는건 별로 없잖아요.”
“왠지 몸으로 공감이 안 오고 와닿지 않는 것 같아요. 지금 계속 1시간 넘게 저는 그런 경험을 했거든요. 참 (자기경험을 털어놓는)그런 것들을 안해봤다는 생각이 들고. 이런 자기 경험을 풀어내는 경우가 없었구나, 이런 훈련을 전혀 못받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병원을 골라서 후보를 뽑아오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산부인과 검색해서 골라주니까 하나를 딱 골라줬는데. 병원을 고를 때 기분이 굉장히 이상했어요. 같이하는 것도 아니고 결재받는 것 같았어요. 병원 가서 같이 검사 받을텐데 정작 병원 고르는 건 애인이 하고. 그리고 내가 골라 준 병원도 안 갔어요(웃음)”
“작심하고 말하려고 왔는데도 잘 안되네”
“개인적인 얘기를 똑같은 테마인데 프로라이프의사에 대한 반대논리를 얘기하는 것이나 여성의 건강권, 자기결정권에 대해서 추상수위를 높여서 말하는 것하고 자기 경험을 말하는 것은 굉장히 다른 것 같아요.”
“그리고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을 모아놔도 잘 공감하기 어렵구나 그게 소득인 것 같아요. 풀어놓고 얘기를 해봐라 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이렇게 말 못하는게 젤 소득이 아닌가(웃음) 그럼 어떤 식으로 그거를 자기 언어화하는 훈련을 해야하나. 민우회 회원인 남성이 아니라 같은 경험치를 갖고 있을 남성들이 어떻게 만나서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오늘도 조금 비슷한게 비슷한 수위에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와가지고 여성주의에 대한 비슷한 도덕율이 있는 사람끼리 있어서.. 안 그런 남자들을 모아놔도 힘들텐데 이런 것도 힘든것 같아요.”
“원래 생각한 건, 이 집담회에서 지침 같은걸 만들자. 어쨌든 물길을 터줄 수 있는거요. 이런 상황이 생겼을 때 남성들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말랑한 지침 같은거.”
“실제로 그런 상황에 공포도 있지만 또 필요할 것 같기도 해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니까.”
“좀 답답한 것 중에 하나는 여성도 자기가 원하는 것을 말하면 좋은데. 하긴 쉽지 않지.”
“근데 원하는 걸 몰라. 그 상황에서 자기도 혼란스럽고.”
“그니까 남자는 어떻게 알겠냐고.”
“처음에 이 남성 집담회를 왜 하자고 했냐면 계속해서 낙태 문제가 여성문제로 환원되고 우리쪽도 일조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서 초점을 이동하자 이런 취지로 집담회를 하게 된거죠.”
“피임 잘하자 이런 얘기는 민우회에서 지속적으로 열심히 한 운동이고 근데 피임을 해도 안되는 경우들이 있으니까 (낙태)할 수도 있으니까. 저도 이 사례내용 보면서 콘돔 빵꾸날 경우 있구나 싶어서.”
“여기 모이는 것에 대해서 상담을 받고 싶거나 쏟아내고 싶어서 온 사람은 없는 것 같고 민우회에서 어떤 얘기를 해야 하는 의무감 때문에 온 것 같기도 해요.(좌중웃음) 여자들끼리 모이면 치유되기도 하고 그런데 우리들은 그런 준비도 안된 것 같고 그래서 마음이 더 무겁지 않았나 생각이 들고.”
“남자들끼리 말하는 소모임을 만들어야 하나”
“또 토론할꺼야. 자기 얘기 안하고.”
“기대가 충족이 안 된 것 같기도 한데 모아놓고 나니까 할 얘기가 이렇게 없구나. 그래서 어떤 태도와 어떤 언어를 가질래 하는 얘기를 하는 것도.. 정교한 대안이 나오기 어렵긴 한데 그래도 나는 어떤 정교하든 아니든 매뉴얼화 되는 건 아닌 것 같고 일반화하기 어렵지만 태도나, 내 몸이 아니기 때문에 가져야 할 태도나 그거와 관련된 여러 가지 연관고리 있잖아요. 임신이나 출산부터 시작해서 결혼, 가족에 대한 태도들이 그 상황(낙태)이 반영이 되면서 나타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는 그것부터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접근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요.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남성을 대상으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민우회가 남성들에게)니네끼리 해라 했는데 이렇게 안되면 우리가(민우회) 해주겠다고 하면 좋지만(웃음)”
“나는 기대했던 게 있는 것 같아요. 뭔가 공유가 막 되면서 다른 사람들이 뭔가 기대했던 거에 부응하는 정교한 얘기들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를 했나봐요. 굉장히 얘기를 길게 했는데 약간 공감이 미진한 것 같은 느낌이 드나 봐요.”
“근데 또 이 모임 자체가 흥미로운 것 같아요.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이 자체가 흥미로운 건 있었어요. 근데 이제 분위기가 약간 숨막혀 이런 기분이 들었던 거는 있었나봐요(웃음)”
“근데 남자들이 이렇게 술 없이 얘기한 경험이 없어. 다소곳이 앉아서 뭔가를 얘기해보고. ”
“저는 이렇게 많은 남자들이랑 테이블에 앉아서 얘기해본 거 처음이에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