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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15 15:45

성희롱을 신고하고 난 후에 생긴 일

불이익 조치에 분노하는 사람들① 직장 내 성희롱, 그 이후

한국여성민우회 

 

들어가는 말

 

▲  주간 불분노 트위터 계정(@weeklyfireanger)에서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와 피해자를 도운 동료에 대한 불이익 조치 사례를 제보 받습니다. 여러분의 경험과 분노를 나눠주세요!   ©주간 불분노

 

당신, 혹은 당신이 아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아직 직장에 남아있나요? 혹시 상사가 앞장서서 피해자를 따돌리고 있지는 않나요?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에 대해 문제 제기하는 순간, 또 다른 사건이 시작됩니다. 회사는 사건을 빨리 덮으려고만 하고, 제대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피해자를 콕 집어 모난 돌 취급하며 조직에서 도려내려하기도 합니다.

 

많은 여성들은 직장 내 성희롱뿐만 아니라 그 이후 회사가 가하는 불이익 조치로 인해 안전하고 평등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순간에 쫓겨나거나 직장에서 고립된 채 하루하루 버티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에 불같이 분노하고 있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에 분노하는 사람들’(일명 불분노)이 그 실태와 대안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려 합니다. 본 기획 기사는 총 4회에 걸쳐 연재될 예정입니다.

 

 

 

어느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의 일기

 

본 기사는 어느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가 피해 신고 이후 겪은 일에 대해 직접 써주신 글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2013년 1월 XX일

1년간 지속된 상사의 성희롱을 참다못해 회사에 신고를 했다. 신고와 함께 사직서를 제출한 당시 사직을 말렸던 임원은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나에게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 최선이라고 한다. 매일 아침 함께 차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던 동료들이 인사조차 하지 않는다. 가해자와의 서면대질과 회사 측 조사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힘이 든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특히 이전과 달리 회사 내에서 아무도 나에게 말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힘들다.

 

2013년 3월 XX일  

성희롱을 신고한 지 두 달이 지나서야 회사에서 가해자 징계를 내렸다. 가해자가 인정한 하나의 사건만 성희롱으로 인정되었다. 징계의 수준보다 나머지 사건들을 성희롱으로 인정받지 못한 게 더 억울했다. 회사에 꽃뱀이라는 소문이 돈다. 내가 가해자를 이용했다고 한다. 가해자는 억울한 일을 당한 거고, 피해자인 나는 꽃뱀이고 장희빈 같은 악녀라고 한다. 가장 친하게 지내던 여자 동료조차 나에게 말을 하지 않는다. 나는 이 회사를 십년 넘게 다녔다. 내 인간 관계의 대부분이 회사와 얽혀있다. 그 누구도 내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지 않는다. 죽고 싶다.

 

누가 이런 소문을 낸 걸까? 마침 누군가가 악의적인 소문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를 알려주었다. 소문은 성희롱 사건을 조사한 인사팀에서 시작되었다. 우리 회사에는 예전부터 내보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안 좋은 소문을 퍼트려서 내보낸다는 얘기가 있다. 사건을 조사했던 인사팀이 소문을 냈다는 것이 너무도 괘씸했고,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내보내려는 회사의 의도가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나는 죽는 대신 회사의 부적절한 대처에 맞서 싸우기로 결심하였다. 이 사건을 회사에만 맡겨둔다면 내가 회사를 그만두는 것 외에 다른 결론이 나지 않을 거다. 그래서 나는 내가 겪은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기로 하였다.

 

▲   이제 회사 내에서 아무도 나에게 말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힘이 든다.

 

2013년 4월 XX일

성희롱만큼 견디기 어려운 일들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피해자인 나를 지지하지는 못할망정 가해자의 행위를 덮어주려는 사람들이 여럿이었다. 한 직장동료는 내가 가해자에게 다정하게 대하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동료는 심지어 가해자와 나 단둘만 있었던 자리에서 발생했던 피해 사실에 대해 본인도 그 자리에 있었다고 거짓말을 하며 성희롱은 추호도 없었다고 말했다. 피해자인 나를 돕는 사람은 없지만 거짓말까지 하면서 가해자 편을 드는 사람은 이상하게도 넘쳐났다.

 

2013년 10월 XX일

회사는 유일하게 나를 도와준 동료에게 갑작스레 대기발령을 명령했다. 나를 도와준 정말 고마운 사람인데 괜히 나 때문에 불이익을 받게 된 것 같아서 너무 미안했다. 그런데 회사가 나에게도 대기발령을 내렸다. 동료가 대기발령을 받았을 때 짐 싸는 걸 도왔다는 이유로 나에게 기밀 유출 혐의가 있다고 한다. 회사는 어떻게든 명목을 만들어 나를 제 발로 나가게 만들려는 것 같다.

 

회사로부터 창문도 없는 회의실에 하루 종일 있으라는 지시를 받았다. 회의실 내에서 다른 일을 하면 사규에 따라 조치가 취해진다고 한다.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멍하게 흰 벽만 바라본다. 성희롱을 신고한 이후 생긴 과호흡 증상이 심해져 숨쉬기가 힘들다. 하루하루를 겨우 버틴다.

 

나는 회사를 믿고 싶었다. 나는 애사심이 큰 사람이다. 나를 따돌리는 직장동료들이지만 그들과 나, 모든 직원들에게 회사는 삶의 터전이었기에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고 싶지 않았다. 여러 차례 회사의 대표이사에게도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는 이메일을 보냈지만 답변이 없다. 회사 내에는 도움을 요청할 곳이 전혀 없다.

 

2014년 3월 XX일

대기발령에서 풀려났다. 아무 일도 못하고 회의실에 앉아있어야만 했던 상황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직장동료들은 여전히 불편하다. 아무도 나에게 사적인 얘기를 하지 않는다. 회사는 나 때문에 회사에 손해가 생기고 있다며 나와 어울리지 말고, 나를 절대 돕지 말라는 내용의 전체 메일을 보냈다. 나를 감시하는 눈이 더 많아졌다. 회사는 끊임없이 나를 고립시키려고 한다.

 

2014년 4월 XX일

나를 고립시키고, 결국에는 내쫓으려고 하는 회사의 태도는 성희롱 피해만큼 내게 큰 고통을 주었다. 그래서 나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성희롱 피해자가 겪은 고용상의 불이익에 대해 사업주의 잘못을 묻고 회사의 책임을 인정한 판단은 거의 드물다고 한다. 쉽지 않을 싸움일 거라고 다들 말한다. 하지만 더디더라도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나가고 싶다. 오늘 고용노동부에 다녀왔다.

 

▲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서 회사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2015년 5월 XX일

내가 회사에 상사의 성희롱을 신고한 지 벌써 2년 반이 흘렀다. 회사 내에서는 아직 그 누구도 나에게 개인적인 일로 차를 마시자고 하거나 예전처럼 친하게 지내지 않는다. 부서장이 나에게 높은 고과를 주려고 했지만 인사팀에서 막았다는 소문도 돈다. 무엇이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성희롱을 신고하기 전과는 달리 나의 고과는 매우 낮다. 그래도 내가 버티고 이곳에 있으니 나의 억울함을 알아주는 사람도 조금 생긴 것 같다. 복도에서 만나면 친근하게 인사해 주는 동료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예전에는 내가 마치 전염병이라도 걸린 것처럼 동료들이 나를 피했는데 그래도 지금은 많이 나아져서 다행이다.

 

내가 이런 상황에 있기에 가끔 나에게 찾아와 조언을 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면 나는 웬만하면 참으라고 한다. 성희롱 예방 교육 자료를 보면, 성희롱을 당하게 되었을 때 명확하게 거절 의사를 표현하라고 한다. 하지만 성희롱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거나 성희롱을 제대로 해결해야할 중요한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 직장에서 명확하게 의사 표시를 했을 때, 피해자의 상황은 더욱 악화되기도 한다. 명확하게 의사 표시를 하면 오히려 가해자가 더 집착하거나 지위를 이용하여 보복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서 회사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회사가 그 책임을 깨닫길 바라기 때문에 나는 아직 포기하지 않고 내 경험을 끊임없이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한 마음으로 나의 이야기를 이렇게 꺼내 놓았다.

 

노동자에 대한 보복적인 괴롭힘을 금지하는 강력한 법률이 있는 나라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노동자가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겪으면 회사가 처벌을 받는다고 한다. 내가 그런 법률이 있는 나라의 여성이었다면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겪지 않았을 것 같다. 우리나라도 예전에 비해 많은 부분이 변한 것처럼, 언젠가는 성희롱 피해자들도 회사의 불이익 조치에 대한 두려움 없이 성희롱을 신고할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참, 세상이 더디게 변한다.

 

※ 본 연재 기사는 오마이뉴스(ohmynews.com)와 여성주이 저널 일다(www.ildaro.com) 에도 공동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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