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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11 17:22

맹세

 

 

박봉정숙 (여는 민우회 상임대표)

 

 

 

"국가란 무엇인가"

아마 최근에 많이 하고 듣게 되는 질문일거다.

나 같은 경우 주로 국기에 대한 경례 시간이 되면 이 질문을 하게 된다.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어딘가 충성을 맹세할 대상이 있다는 것이 누군가에겐 행운일 수도 있겠다. 열정과 에너지를 집중하며 자신의 신념을 쏟을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행운 말이다. 하지만 그 맹세할 곳이 개개인마다 다르지 않고 한 곳을 향해 동시간대에 행해진다는 사실은 어쩐지 징그럽고 몹시 부자연스럽다. 더군다나 하지 않을 자유가 없다면 더욱 그렇다.

무엇보다 나에게 국기에 대한 맹세가 아무래도 어색한 것은, 그 맹세가 거짓말이라는 순수한 마음 때문이다. 나는 나에게도 충성맹세를 하지 못한다. 아쉽게도(!) 나는 자유롭고 정의로운 나의 무궁한 영광을 위해 충성하겠다고 맹세를 하기가 어렵다. 나의 자유와 정의를 찾아가기는커녕 나의 자유를 수없이 양보하고 불의한 나를 용서하며, 그런 나를 변명하고 추스르면서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내 삶은 허덕인다.

그래서 난 국기에 대한 맹세가 늘 불편하다. 거짓말을 할 수 없어서.

 

 

그런데 지난해인가. 매카시즘이 몰아칠 즈음, 국회에 토론회를 갔다가 국기에 대한 경례시간을 마주하게 되었다.

눈치가 보였다. 누가 사진을 찍어서 민우회 대표가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않았다고 신고할까봐 두려웠다. 그래서 부끄럽지만, 적당히 에 올렸다.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에 대한 맹세를 하라면서 자유를 구속받는 아이러니에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국기에 대한 맹세를 왜 안하는지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을 것이며 그저 안한다는 사실만, 그래서  종북이라는 딱지가 붙여져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그것은 마땅히 죄라는 삼단논법이 완성될 것을 잘 알기에 똥을 무서워서 피하냐는 심정으로 했..

 

정말 이상한 일이다. 헌법상, ‘국민이 국가인 한국 사회에서 내가 이미 국가의 한 국민으로 존재하니 이미 난 국가의 민중이라는 소속으로부터 출발한다. , 존재가 이미 애국이다. 국가에 충성하지 않는 국민이라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다. 정권에 충성하지 않을 수는 있어도 국가에 충성하지 않는 국민이 존재하기란 불가능하다. 따라서 맹세는 무의미하다.

다른 말 필요 없이 그냥 일차원적으로 국기에 대한 맹세가 얼마나 코미디인가를 아주 쉽게 자주 확인할 수 있다. 자유와 정의를 엉망으로 만들고 있는 그들이 있고, 그들은 일상에서 태극기를 자랑스럽게 하지 못하는 일을 백만 개도 넘게 하고 있지만, 맹세는 한국에서 제일 자주, 당황하지도 않고 부끄럼도 없이 하고 있다.

 

이 모든 문제의식을 삼킨 채 에 해야만 했던 그 날. 치욕의 날이다.

 

 

P.S :

그렇다고, 내가 무조건 맹세 같은 걸 싫어하는 그런 쏘~쿨한 사람은 아니다.

나도 연초가 되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모여 한 손을 들고 다짐 같은 걸 한다.

 

우리는

성평등과 사회정의가 실현되는 사회를 만듭니다.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세상을 만듭니다.

생활 속의 여성운동을 만듭니다.

 

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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