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13 18:39
올해 한국여성민우회는 식당여성노동자의 노동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설문 문항 가운데 호칭에 대한 것이 있었어요.
"손님에게서 주로 어떻게 불리나요?"
가장 많이 답변한 내용은
"이모, 엄마, 고모"
가족 내에서 불리는 호칭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줌마', '여기요'라는 답변이 그 뒤를 이었어요.
한국여성민우회는 "이름을 찾습니다"라는 제목으로 9월, 10월 두 달 간 식당여성노동자의 호칭을 모집하는 중입니다. 이미 50여개의 호칭들이 제안되었습니다. 좋은 의견들이 많이 있는데요, '엄마'라는 뜻을 담아 지은 호칭들이 눈에 많이 띕니다. 그런데 과연 식당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우리의 '엄마'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희가 왜 호칭을 공모하는지 이야기를 더 나누려고 합니다.
혹시 마트 카운터에서 계산하는 분들을 '엄마'라고 부르는 분 보신 적 있나요? 가정관리사나 요양보호사, 청소노동자에게 '엄마, 이모'라고 불러 보신 적 있나요? 그런데 왜 식당노동자를 엄마나 이모라고 부르는 것이 익숙하게 느껴지는 걸까요?
그것은 밥을 짓고 차리는 일이 가정에서 엄마가 하던 일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엄마가 따뜻하게 해주던 밥을 식당에서 대신 먹는다는 연상에서 그리 부르게 된 것 아닐까요. 이 말을 친근하게 느끼고 좋다고 생각하는 식당노동자도 있습니다. 가족같이 불린다는 것이 기쁘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엄마'라고 부를 때 무엇이 문제일까요?
하지만 식당의 '노동'은 가사일과는 조금 다릅니다.
설문조사 결과, 하루에 12시간 일한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습니다. 대량의 식재료를 다듬고, 무거운 그릇을 나르며, 뜨거운 불 앞에서 조리하고, 쉴새없이 설거지하고, 고기를 굽고 자르고, 주방과 홀에서 쉬지 않고 밤늦도록 일합니다.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고 칼이나 절단기에 베이고 화상을 입어도 대부분은 참거나 자기 돈으로 치료하게 됩니다. 일하다가 다친 것이지만 산업재해로 처리되는 경우도 별로 없습니다.
이제는 상식으로 통하는 주 5일 근무나, 주말을 쉰다거나 하는 일이 식당에서 일하는 분들에게는 요원한 이야기입니다. 자정 가까운 시간에 집에 돌아가면 돌볼 가족이 있고 밀린 가사일에 잠조차 푹 잘 수 없는 형편인데 말이죠. 그렇게 일해서 받는 임금을 조사해 보니 시간당 임금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왜 이렇게 열악할까요? 여성들이 식당에서 하는 일이 노동으로 여겨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밥하고 나르고 씻고 치우는 것은 여자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로 여기고 집안일의 연장으로 치부하지요. 집안일이 여성의 몫이라는 생각이 널리 퍼진 사회에서 출산, 육아 등으로 가사일만 담당하다가 경제적 이유로 여성이 밖에 나와 하는 일이 식당일입니다. 여자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여기는 일입니다. 노동이라고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우리 사회에서 식당일도 노동이라는 것은 가사일도 노동으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만큼이나 낯선 이야기입니다.
식당노동자는 여성노동자들 가운데서도 잘 보이지 않고 묵묵히 일하는 존재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열두 시간 내내 식사시간도 제대로 주어지지 않은 채 일하고 일주일에 한 번도 채 쉬지 못하는 것이 그렇듯 당연하게 여겨지지 않았을 테니까요. 식당노동자를 '엄마, 이모, 고모'로 부를 때 밑바닥에 깔려 있는 '여자라면, 엄마라면 하는 일'이라는 전제가 바로 식당노동자의 일을 장시간 저임금의 낮은 가치의 일로 묶어두는 논리입니다.
새로운 이름을 찾는 이유
'엄마, 이모, 여기요'가 아닌 다른 이름이 필요합니다. 단지 듣기 좋은 말로, 식당노동자의 기분을 좋게 하거나 우리 입에 붙는 소리를 찾자는 것이 아닙니다. 여성 집단에 대한 낮은 가치부여나 편견이 아닌, 식당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인간으로서 쉬고 가정을 유지하며 자신의 일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노동자로서 대우받아야 한다는 의미에서요. 그랬을 때 식당노동자의 호칭을 찾는 것은, 그림자처럼 보이지 않았던 이들의 일을 노동으로 자리매김하고 그 일을 하는 이들을 사회적인 '노동자'로서 인정하는 실마리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정겹다 여겨지는 가족 호칭이나 '여사님, 사모님' 같이 여성에게만 붙이는 존칭은 이들의 노동을 더욱 베일로 가리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름은 그냥 형식적인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를 부르는 이름은 상대와 나의 관계를 설정하고 상대에 대한 나의 태도를 보여줍니다. 여성이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여기는 일이 아니라, 삶과 사회를 유지하는 데에 꼭 필요한 일이라는 인식, 우리와 마찬가지로 임금을 받기 위해 일하는 그들을 노동자로 여기는 것이 식당노동자의 노동권을 자리잡게 하는 데 중요한 일이 될 것입니다. 그것을 드러낼 수 있는 이름을 함께 고민해보자고 당신에게 제안하고 싶습니다.
어서어서 서둘러 주세요~!!
식당노동자를 부르는 대안 호칭과 그 호칭을 제안하는 이유를 적어 보내주세요!
10월 20일까지!
당신의 작은 아이디어가 식당노동자의 노동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손님에게서 주로 어떻게 불리나요?"
가장 많이 답변한 내용은
"이모, 엄마, 고모"
가족 내에서 불리는 호칭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줌마', '여기요'라는 답변이 그 뒤를 이었어요.
한국여성민우회는 "이름을 찾습니다"라는 제목으로 9월, 10월 두 달 간 식당여성노동자의 호칭을 모집하는 중입니다. 이미 50여개의 호칭들이 제안되었습니다. 좋은 의견들이 많이 있는데요, '엄마'라는 뜻을 담아 지은 호칭들이 눈에 많이 띕니다. 그런데 과연 식당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우리의 '엄마'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희가 왜 호칭을 공모하는지 이야기를 더 나누려고 합니다.
혹시 마트 카운터에서 계산하는 분들을 '엄마'라고 부르는 분 보신 적 있나요? 가정관리사나 요양보호사, 청소노동자에게 '엄마, 이모'라고 불러 보신 적 있나요? 그런데 왜 식당노동자를 엄마나 이모라고 부르는 것이 익숙하게 느껴지는 걸까요?
그것은 밥을 짓고 차리는 일이 가정에서 엄마가 하던 일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엄마가 따뜻하게 해주던 밥을 식당에서 대신 먹는다는 연상에서 그리 부르게 된 것 아닐까요. 이 말을 친근하게 느끼고 좋다고 생각하는 식당노동자도 있습니다. 가족같이 불린다는 것이 기쁘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엄마'라고 부를 때 무엇이 문제일까요?
하지만 식당의 '노동'은 가사일과는 조금 다릅니다.
설문조사 결과, 하루에 12시간 일한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습니다. 대량의 식재료를 다듬고, 무거운 그릇을 나르며, 뜨거운 불 앞에서 조리하고, 쉴새없이 설거지하고, 고기를 굽고 자르고, 주방과 홀에서 쉬지 않고 밤늦도록 일합니다.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고 칼이나 절단기에 베이고 화상을 입어도 대부분은 참거나 자기 돈으로 치료하게 됩니다. 일하다가 다친 것이지만 산업재해로 처리되는 경우도 별로 없습니다.
이제는 상식으로 통하는 주 5일 근무나, 주말을 쉰다거나 하는 일이 식당에서 일하는 분들에게는 요원한 이야기입니다. 자정 가까운 시간에 집에 돌아가면 돌볼 가족이 있고 밀린 가사일에 잠조차 푹 잘 수 없는 형편인데 말이죠. 그렇게 일해서 받는 임금을 조사해 보니 시간당 임금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왜 이렇게 열악할까요? 여성들이 식당에서 하는 일이 노동으로 여겨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밥하고 나르고 씻고 치우는 것은 여자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로 여기고 집안일의 연장으로 치부하지요. 집안일이 여성의 몫이라는 생각이 널리 퍼진 사회에서 출산, 육아 등으로 가사일만 담당하다가 경제적 이유로 여성이 밖에 나와 하는 일이 식당일입니다. 여자라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여기는 일입니다. 노동이라고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우리 사회에서 식당일도 노동이라는 것은 가사일도 노동으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만큼이나 낯선 이야기입니다.
식당노동자는 여성노동자들 가운데서도 잘 보이지 않고 묵묵히 일하는 존재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열두 시간 내내 식사시간도 제대로 주어지지 않은 채 일하고 일주일에 한 번도 채 쉬지 못하는 것이 그렇듯 당연하게 여겨지지 않았을 테니까요. 식당노동자를 '엄마, 이모, 고모'로 부를 때 밑바닥에 깔려 있는 '여자라면, 엄마라면 하는 일'이라는 전제가 바로 식당노동자의 일을 장시간 저임금의 낮은 가치의 일로 묶어두는 논리입니다.
새로운 이름을 찾는 이유
'엄마, 이모, 여기요'가 아닌 다른 이름이 필요합니다. 단지 듣기 좋은 말로, 식당노동자의 기분을 좋게 하거나 우리 입에 붙는 소리를 찾자는 것이 아닙니다. 여성 집단에 대한 낮은 가치부여나 편견이 아닌, 식당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인간으로서 쉬고 가정을 유지하며 자신의 일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노동자로서 대우받아야 한다는 의미에서요. 그랬을 때 식당노동자의 호칭을 찾는 것은, 그림자처럼 보이지 않았던 이들의 일을 노동으로 자리매김하고 그 일을 하는 이들을 사회적인 '노동자'로서 인정하는 실마리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정겹다 여겨지는 가족 호칭이나 '여사님, 사모님' 같이 여성에게만 붙이는 존칭은 이들의 노동을 더욱 베일로 가리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름은 그냥 형식적인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를 부르는 이름은 상대와 나의 관계를 설정하고 상대에 대한 나의 태도를 보여줍니다. 여성이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여기는 일이 아니라, 삶과 사회를 유지하는 데에 꼭 필요한 일이라는 인식, 우리와 마찬가지로 임금을 받기 위해 일하는 그들을 노동자로 여기는 것이 식당노동자의 노동권을 자리잡게 하는 데 중요한 일이 될 것입니다. 그것을 드러낼 수 있는 이름을 함께 고민해보자고 당신에게 제안하고 싶습니다.
어서어서 서둘러 주세요~!!
식당노동자를 부르는 대안 호칭과 그 호칭을 제안하는 이유를 적어 보내주세요!
10월 20일까지!
당신의 작은 아이디어가 식당노동자의 노동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 기간 : 2011년 9월 1일~10월 20일 응모방법 : 대안호칭과 그 호칭을 제안하는 이유를 함께 적어보내주세요. 응모할 곳 : 이메일 equallove@womenlink.or.kr 우편 121-847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 26길 39(성산동) 249-10 시민공간 나루 3층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팀 시상금 안내: 금상 오십만원 (총 상금 백만원) 호칭 공모 결과 발표회 : 2011년 11월 16일 성미산 마을극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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