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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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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31 20:13

 



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활동가 썬, 달개비, 그리고 물길 액션팀을 같이 하고 있는 미나와 함께 강용석 제명안과 관련하여 마지막 결정이 내려질 국회 본회의를 방청하고 왔습니다. 먼저 국회 정문에서 “성희롱 국회의원 ‘강용석’ 제명 촉구 100인 시민방청단”이라고 쓰여진 종이를 가슴에 달고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성희롱 의원 강용석을 제명할 것을 100명의 시민방청단이 한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뙤약볕 아래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기자회견을 마친 후, 본회의를 방청하기 위해 자리를 이동했습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방청인들은 뒷문으로 들어가라고 하더군요. 본회의를 방청하러 온 시민들을 뒷문으로 들어가게 한다면, 국회에 있는 사람들이 판단하기에 앞문으로 들어가야 할 사람들은 과연 누구인 걸까요? 뒷문으로 들어간 후 마치 공항에서 출국 준비라도 하는 듯 짐과 몸을 수색당한 우리들은 결과적으로 ‘비공개 투표’라는 방식으로 국회의원들에게 우리들이 갖는 의미를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핸드폰을 포함한 모든 짐들을 보관함에 넣은 뒤, 우리는 방청권을 받고 방청석이 있는 4층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일일까요? 두 시에 시작되기로 예정되었던 본회의가 갑자기 미뤄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네 시쯤 시작할 것 같지만 어쩌면 더 미뤄질 수도 있다는 애매모호한 공지를 받은 채로, 우리들은 국회 4층에서 서로 소개하고 소개받으며 한 판 수다를 떨었습니다. 언제 시작할지 기약이 없는 본회의를 기다리면서요. 한 시간쯤 지났을까요. 다행히도 세 시부터 본회의가 시작된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제명안이 당연히 통과되겠지, 설마 반대표가 많이 나오지는 않겠지, 국회의원들이라면 최소한의 개념이라도 있겠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방청석 입구로 이동했습니다. 사람들이 일렬로 줄을 서자 남성들은 남자 직원에게, 여성들은 여자 직원에게 몸을 손으로 더듬는 몸수색을 받았습니다. 외국에도 서너 차례 다녀왔지만 그런 몸수색은 난생 처음이었습니다. 그 때 달개비가 농담처럼 흘린 한 마디. “서로 믿음이 있어야지!”

이런 저런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방청석 자리에 앉게 되었습니다! 기자들도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활발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희의가 시작되고 나무망치로 나무판을 몇 번 땅땅! 치더니 그들이 다시 하는 말. “나가주세요! 협조해주세요! 강용석 의원 제명안 투표는 비공개입니다!” ... 두둥!! 그렇습니다. 국회의원들은 시민들이 백 명이 모였든, 몇 명이 모였든 별로 의미를 두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렇게 쉽게 내려진 비공개 투표 결정에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다시 밖으로 나와야 했습니다.

‘비공개 투표’로 인해 강용석 의원 제명안이 무사히 통과되리라는 제 희망에는 조금씩 희미한 구름이 끼기 시작했습니다. 이 불길한 느낌! 왜 우리들을, 본회의를 방청하러 온 시민들을 국회의원들이 밖으로 내쫓는 것일까. 국회의사당까지 대체 왜 온거지? 라는 물음표를 가지고 침울한 얼굴로 앉아있던 중 우리는 다시 방청석으로 소환되었고. 성희롱 강용석 의원 제명안이 부결되었다는 결정을 들었습니다.

비공개 무기명 투표의 결과는 ‘찬성 111표, 반대 134표, 기권 6표, 무효 8표’로 반대표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을 정도로 많이 나왔고, 그 결과 강용석 의원에게 남아있는 최고의 징계는 30일 간 국회에 출석을 금지하는 것이었습니다. 출석 금지를 하지 않아도 출석하지 않는 국회의원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출석 금지가 도대체 무슨 징계가 된다는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러한 결정은 한나라당과 국회의 제 식구 감싸기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결국 이것은 우리에게는, 부디 제명안이 무사히 통과되기를 고대했던 시민들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결정인 셈입니다.

비공개 투표 결정으로 인해 우리 모두가 회의장 밖으로 나와있었을 때, 우리들은 한 의원이 회의 중에 올린 트위터의 메시지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 메시지에 따르면 어떤 의원이 이처럼 말했다고 합니다. ㅡ 이런 일로 국회의원을 제명하는 것은 안 좋은 역사를 남기는 것이다, 이런 일로 국회의원을 제명한다면 우리들 중 국회에 남아있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 ㅡ 회의장 밖에서 희망 반 체념 반으로 투표 결과를 기다리던 우리들은, 그들이 말한 이와 같은 본의 아닌 자기 고백에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강용석 의원 제명안에 대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성폭력을 폭력이자 중대한 범죄가 아닌, 살다보면 한 번쯤은 저지를 수 있는 ‘실수’로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성폭력을 폭력으로, 범죄로 인식하지 않는 그들이 과연 우리들의 대표자가 될 자격이 있을까요? 이번 일로 한나라당은, 그리고 국회는 그들의 인권감수성이 바닥에 떨어졌음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국민들을 크게 실망시키고 우롱하였습니다. 이제 더 이상 국민들은 한나라당과 국회의 자정능력을 기대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국민들의 대표자로서 회의석에 앉아있는 국회의원들이 부끄러워할 것은 성희롱 국회의원을 제명하여 역사에 ‘오점’을 남기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이 부끄러워할 것은 바로 그들의 비양심적인 결정, 반인권적인 사고이며, 성희롱 강용석 의원에게 적절한 징계를 내리지 않음으로써 그들 또한 공범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실망스러움과 개탄을 감출 수 없는 지금 이 상황에서 우리에게 남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든지 강용석 의원이 그의 죄에 걸맞는 징계를 받기를 바라며 한나라당과 국회의 행보를 앞으로도 꾸준히 감시하는 것, 그리고 유권자로서 내년에 최소한의 양심과 도덕성, 인권감수성을 가진 대표자를 선출하는 일입니다.

* 평화 (한국여성민우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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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 2011/09/01 19:31 | PERMALINK | EDIT/DEL |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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